서울의 봄 – 입체적인 악인 전두관에게 생명력을 준 미친 연기력

서울의 봄’ 감독 김성수 출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개봉 2023.11.22.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게 ‘오펜하이머’였다.

이후 선택한 극장 영화는 서울의 봄이 됐다.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으로 예고편을 봤는데, 거기서 황정민이 ‘전두관/전두환’을 연기한다고 한다.

사실 나는 예고편에서 황정민의 연기력에 이미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과거 전두환 정권 시기에 관한 영화는 꽤 많았다.

12. 12사태니, 5.18민주화운동 때니 그 당시 상황을 만든 영화는 사실 내게 실망을 안겨줬다.

<전두관>은 결코 완전한 살인마나 절대 악인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위에 한 번쯤은 있을 법한 기회주의자가 뻔뻔한 조직의 악마적인 리더 정도로 그려진다.

과거 영화는 그럴듯한 명분과 극적인 정의는 보였지만 너무나 진부한 선악의 대조라는 영화적 상상력의 부재는 마치 도덕교과서 같은 느낌이랄까. 비교적 흥행에 성공한 <택시운전사> 역시 나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과거 그런 역사적 영화에 대한 기억 사이에 혹시나 이번에는 재미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황정민의 전두관 연기는 정말 기대됐다.

뻔한 역사적 사실, 결과나 정해진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관객이 이미 예측하는 결과로 새로운 긴박감과 긴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두환은 피를 사랑하는 살인괴로 묘사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건 배우 황정민이다.

전두환이라는 먼 인간을 주변에 있는 듯한 캐릭터로 살려둔다.

자, 이 영화는 그것을 해냈다.

거기에 황정민의 연기력이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황정민은 전두환이 아니다.

하지만 전두관이라는 묘한 느낌의 악인 캐릭터를 되살렸다.

사실 수리남 목사의 연기도 생각나는 장면도 많았다.

영화 속 캐릭터에서 전두관은 단순한 악인이 아니다.

나름대로 본인의 신념 속에서 권력욕에 사로잡혀 뻔뻔하고, 그러나 치밀하게,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며 반군을 지휘한다.

결국 쿠데타를 승리시키는 악마적 리더다.

그러나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 앞에서 겁 없는 뛰어난 리더십을 보인다.

배우 <정우성> / 캐릭터 이태신이라는 영감을 준 <장태완>이 영화의 대단한 점은 전두관을 단순한 악마가 아니라 자신의 동아리에서 사적인 의리가 있고 자신의 기회를 잘 활용하는 뛰어난 리더십도 있는 악마라는, 어쩌면 우리 일상에 녹아있는 평범하지만 입체적인 인간상을 그렸다는 데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입체적인 악마적인 리더십을 황정민이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그리고 얄밉지만 압도적으로 연기한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캐릭터들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당시 그런 상황이 또 주어진다면 말이다.

(문득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란 문구가 생각난다.

아, 그리고 반란군에 맞선 <이태신/장태완> 장군을 연기한 정우성의 올곧은 연기도 나의 정의감에 눈물을 흘리게 했다.

정우성 나름의 캐릭터를 연기한 충직한 충성국군은 한결같은 마음은 정말 나를 울렸다.

정우성(이태신)의 연기로 재해석된 장태완 장군은 따뜻했다.

육군대장 전두환 전역식스토리도 끝까지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다.

결론은 알지만 디테일한 과정 속에서의 긴박감은 예측하기 어려웠고, 빠른 영화 템포와 군인 특유의 의리와 용기는 내 심장을 뛰게 했다.

마지막으로 좀 엉뚱할 수도 있지만 당시 반역 쿠데타에 용기 있게 끝까지 맞선 대한민국에 충성한 장군과 군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결국 전두환은 12.12 쿠데타 성공과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하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